최태원-노소영 이혼소송, '특유재산'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

입력
수정2020.04.09. 오전 8:56
기사원문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1조원 규모의 재산 분할 다툼으로 번지면서 ‘특유재산(상속재산)’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간단히 말해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부친인 고(故) 최종현 전 회장에게 간접적으로 물려받은 것으로 볼 수 있는 지 여부다. 재판부가 최 회장이 보유한 SK(034730)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면 최 회장 재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SK㈜ 지분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9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의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의 형성 과정이다.

최 회장은 해당 지분이 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현금으로 취득한 SK 계열사 지분이 기원이므로, 상속재산의 일종인 특유재산으로 보아야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노 관장 쪽은 일반적으로 결혼 기간이 오래된 부부의 경우 결혼 전 상속재산도 공동재산으로 봐야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양쪽의 의견 대립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이 SK가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세웠던 대한텔레콤 지분에서 비롯했기 때문이다. 대한텔레콤은 1991년 선경(현 SK)이 이동통신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지난 1991년 세운 회사다. 같은 해 대한텔레콤은 이동통신사업자로 선정됐지만, 최 회장이 당시 노태우 대통령의 사위라는 특수 관계가 부각되면서 사업권을 반납했다. 그리고 3년 뒤인 1994년 최 회장은 대한텔레콤 지분 70%를 2억8000만원에 SK로부터 매입했다. 이 때 최 회장이 주식매입에 쓴 자금이 바로 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것이라는 게 최 회장 측의 논리다.

결국 최 회장이 내세우는 특유재산의 근거는 주식 매입 대금 마련 및 매입 절차에서 최종현 전 회장이 모든 결정권을 쥐고 있었고, 따라서 최 회장이 해당 주식 취득에 별다른 기여를 한 바가 없다는 것이다.

1994년 선경은 대한텔레콤 지분 70%는 최 회장에게, 30%는 여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의 전 남편 김준일씨에게 매각했다. 최 회장은 이 가운데 지분 30%는 SK텔레콤에 무상 양도한다. 그리고 김준일씨의 지분은 이혼 과정에서 최기원 이사장이 가져가게 됐다.

최 회장이 보유한 재산의 핵심은 SK그룹 지주사 SK㈜의 지분 18.29%(1297만5472주)다. 노 관장은 이 가운데 42.3%를 달라며 지난해 말 맞소송을 냈다. 최근 SK 주가 기준으로 약 9000억원에 달하는 액수다. 이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볼 것이냐가 쟁점이 되는 이유다.
만약 법원이 최 회장이 물려받은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면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노 관장도 요구한 지분 9000억원어치 보다 훨씬 적은 재산을 지급받게 된다.

이혼할 때 재산분할은 원칙적으로 부부가 혼인 후 함께 일군 재산(공동재산)이 대상이다. 상속·증여 받은 재산, 혼인 전에 보유한 특유재산은 분할 대상에서 제외된다.

일반 이혼 사건에서는 혼인 기간이 5년만 넘어도 특유재산을 부부의 공동재산으로 보고 분할을 하기 때문에 특유재산은 큰 의미가 없다. 실제 판례를 보면 혼인 기간이 10년 이상이면 전업주부도 집안일과 자녀 양육 등을 노동으로 인정받아 재산 50%를 분할 받는다. 배우자의 노력이 있어야 특유 재산이 10년 넘게 유지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승미 이혼 전문 변호사는 "통상 혼인 기간 중 늘어난 재산은 부부가 같이 늘렸다고 보고 양측의 기여도에 따라 재산 분할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텔레콤 지분 취득 건과 같이 기업의 경영 활동 및 대주주 지분 상속이 얽혀있는 경우 부부 기여에 대한 평가 기준이 다를 수 있다. 기업 경영의 경우 ‘내조의 공’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 가정과 달리 평가한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실제 이를 뒷받침하는 판례도 있다.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의 이혼 소송에서 임 고문 측이 1조2000억원 규모의 재산분할을 요구했지만 재판부는 141억원만 인정했다. 이는 이 사장 재산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재판부가 이 사장의 재산 대부분을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특유재산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부부가 혼인 중 형성한 재산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2003년 9월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승용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당시 최 회장은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연합뉴스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소송에서 법원이 옛 대한텔레콤 지분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하지 않을 경우 재산 형성에 있어 노 관장의 기여도를 어느 정도로 볼지가 관건이 된다.

이혼 전문 이인철 변호사는 "재벌가의 경우 애초 물려받는 재산의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배우자가 재산 형성에 있어 기여도를 인정받기 쉽지 않다"며 "그간 판례를 봐도 배우자의 기여도는 많아야 10% 안팎이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지난 2004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전 부인과 이혼 당시 회사 지분 1.76%(약 300억원)을 지급했다.

이 변호사는 "다만 노 관장은 결혼기간이 30년으로 길고 기존 재벌가 이혼 사건과 달리 기여도를 높이 평가받을 요인이 있어 최대 30%까지 재산 분할을 인정받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재판장 전연숙)는 지난 7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노 관장만 참석했다. 노 관장은 법정에서 "최 회장이 먼저 이혼소송을 취하하고 가정으로 돌아온다면 위자료와 재산분할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은 재판 출석 전후 "1조원대 재산분할 소송을 낸 이유가 무엇이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한 데 이어 2017년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노 관장의 반대로 합의 이혼은 무산됐고, 2018년부터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재은 기자 jaeeunlee@chosunbiz.com]

[조귀동 기자 cao@chosunbiz.com]




[네이버 메인에서 조선비즈 받아보기]
[조선비즈 바로가기]

chosunbiz.com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